마음의 빚

3년 전 쯤,

날씨가 매우 더운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대낮에 채율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너무너무 가기 싫어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율이는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채율이 혼자 갔다.

2년 전 쯤,

눈이 내린 후 질퍽한 늦겨울이었던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채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춥고 피곤해서 가기 싫었다. 그래서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이도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채이 혼자 갔다.

어제 현진이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자고 졸랐다.

찜통같은 날씨인데도 아이들은 놀이터에 간다고 했다.

큰 애들 사이에 채움이를 포함시켜서 보내려고 했다.

나는 채이에게 동생 잘 보라고 했다.

채이가 그랬다. “어른 한명 같이 가면 안돼? 채움이 내 말 안들어.”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애들 다 그렇게 키우는거지 부모가 맨날 어떻게 따라 다니냐. 라고 하겠지.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사는 내내 채율이와 채이에게 미안했다.

아직 혼자갈 나이가 아니고, 아빠에게 가자고 하는건데,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안가준게 그냥 너무 미안하다.

어제는 아이들이 결국 놀이터를 가지는 않았지만 채움이에게도 마음에 빚을 질 뻔 했다.

아이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되고 결혼해 자녀도 낳고,

그리고

우리 부부가 늙어 죽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마음에 빚을 질 일은 절대 만들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사업이 안좋아져 송도로 이사 간 태훈와

좋은 집을 분양받아 송도로 이사 간 현진와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송도로 집구경 간 나.

아이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가장과

아이들에게 빛을 보여준 가장과

아이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가장.

3개의 격차 많은 가장을 모두 만난 24년 8월 3일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