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라 아들이라 제일 많이 혼이 나던 채이에게 사랑을 쏟기로 한지 일주일.
결국 주말에 애들이랑 놀다 서아 팔목을 꺾었다는 이유로 혼이 났다.
주말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고 월요일 출근해서도 계속 후회가 된다.
훈육도 좋지만 그냥 사랑해주고 싶었는데….
내 새끼. 미안해.
중간이라 아들이라 제일 많이 혼이 나던 채이에게 사랑을 쏟기로 한지 일주일.
결국 주말에 애들이랑 놀다 서아 팔목을 꺾었다는 이유로 혼이 났다.
주말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고 월요일 출근해서도 계속 후회가 된다.
훈육도 좋지만 그냥 사랑해주고 싶었는데….
내 새끼. 미안해.
프레디 머큐리 80년대 라이브 에이드를 같이 보던 채이가.
“이빨이 좀 큰거 같은데….”
아, 정말 그 말 듣고 배 터지는 줄 알았음.
조심스럽게 누구의 치아 크기에 대해서 평가하는 우리 아들.
니 눈에도 그 이빨은 커 보였구나.ㅋㅋㅋㅋㅋㅋ
너 용돈 얼마 받고 싶어?
어? 나 용돈 받아?
어. 맞아.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
음…. 천원! 일주일에 천원!
그거면 돼? 그걸로 뭐 하려고?
과자도 사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그런 해로운거 사먹으라고 주는거 아닌데!
아.. 사실 그걸로 학용품 사려고 ㅋㅋㅋㅋ
학용품은 아빠가 사주잖아. 그럼 필요 용돈 없는거지?
아니아니아니! 사실 그걸로 저축하려고!
이런 저런 이유가 막 나온다 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엽다 내 아들.
일주일에 천원에 행복해 하는 얼굴.
뭔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첫번째 것이라 그런 것 같다.
이런 순수한 모습도 중고생이 되면서 없어지겠지만 아빠는 영원히 기억할꺼야.
요즘 금요일 재택을 해서 그런지, 주말에 캠핑을 다녀서 그런지 월요일이 되면 주말에 아이들과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캠핑의자를 가지고 낄낄거리면서 아지트 만들고 놀던 채이와 채움이 모습.
캐치볼 하자고 조르던 채이 얼굴.
텐트에서 자리를 조금만 비워도 아빠를 찾던 채움이 목소리.
한순간 한순간 1초의 놓침도 없이 기억하고 싶었던 내 새끼들이 모습.
익숙하디 익숙한 집에 있는 것 보다 낯선 곳에 가면 갈수록 아이들 모습과 그곳에 풍경, 바람 향기, 구름의 모양 등이 모두 머릿 속에 새겨진다.
출근한 후 자리에 앉아서 집 CCTV를 한참 봤다.
보고 싶다 내 새끼들.
어머니 시술 때문에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대기실 맞은 편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다.
젊은 부부들이 우르르 들어갔다가 우르르 나왔다.
혼자 온 듯한 젊은 아빠는 중환자실에서 나오더니 내 옆 의자에 앉아 누군가에게 장문에 카톡을 보낸다.
그 아빠의 눈을 보진 않았지만 눈물이 느껴졌고 그 아빠의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깊은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 시술로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나는 다른 부모의 슬픔을 느꼈다.
부모이긴 한가보다.
어제는 그 동안 못잤던 잠을 11시간 잤다.
갈증으로 잠깐 깨서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가는데
채움이랑 채이랑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서 보드 게임을 하고 있고, 채율이는 음악 틀어놓고 자기 방에 있고,
와이프는 알바 하느라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있고….
잠깐 본 광경이었지만 너무너무 행복했다.
구글 포토에서 지난 사진을 보는데….
굳이 어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애들과 그네타면서 놀았던 시간.
동네 분식집에서 애들과 분식 먹던 시간.
와이프와 그냥 동네 산책하던 시간.
모든 시간들, 모든 사진들이 다 기억나고 소중한 시간들인데….
왜 나는 꼭 여행을 캠핑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
캠핑가서 아빠가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화장실 같이 못가줘서 미안해. 채움아.
모닥불 앞에서 아빠가 좋다고 안았는데 계속 안고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채이야.
토요일 특강이 없어 심심하게 집에 있을 줄 알았으면 캠핑 같이 갈껄. 미안해. 채율아.
운전하다 열 받아서 미친 년한테 쌍욕하고 흥분해서 미안해. 려보 그리고 내 새끼들.
힘들게 캠핑하고 집에 와서 일 좀 해야되는데 날씨 좋다고 저녁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미안해. 려보.
치킨 집에서 음식 흘렸다고 구박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미안한 것이 정말 많았던 2024/9/22 주말.
서툴고 어설펐지만 2박 3일 동안의 첫 캠핑이 끝났다.
잘 놀아준 채움이와 채이, 엄마 아빠 일을 정말 많이 도와준 채율이, 그리고 난관을 같이 극복하고 알아서 척척 많은 일을 해준 전우 아내.
리조트나 호텔에 가는 것 보다 많은 것이 불편했고 더러웠고 번거로웠지만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갔고 우리 가족이 비로소 호흡 잘 맞는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캠핑가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니 그때 그 복합적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이런 이유인 듯 한다.
지난 주말에
와이프의 시그니처 메뉴,
만드는 본인은 정말 싫어하는 시그니처 메뉴,
하지만 아이들과 나는 정말 좋은 시그니처 메뉴,
를 못먹었더니 속이 허하고 기력이 없다.
먹고 싶다.
앞다리살 수육과 들기름 막국수.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