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택시 사건

백만년 만에 모임이 있었다.
버스가 끊긴 시간이고 다음 날이 선거날이라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택시가 도무지 잡히질 않았다.
강남역에서 한남대교 방향의 대로에는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과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인산인해다.
콜 택시를 부르려 했으나 배차가 어렵다는 회신 뿐이었다.
비까지 부슬부슬오는 거리에서 지나가는 택시에 데고 우리 동네 이름을 하염없이 외치며 30분쯤 지났는데 마침 택시가 하나 잡혔다.
합승이라도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얼릉 달려가 뒷자리에 탔다.
앞에는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하나 타고 있었다. 퉁퉁한 기사 아저씨는 택시에 탄 나보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죄송합니다 손님~ 앞 손님하고 같이 좀 갈께요.”
그래서 난 고마운 마음으로 “몇십분을 기다리다가 겨우 잡혔는데 같이 가면 어떤가요~” 라고 대답했고 기사 아저씨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요금은 제가 알아서 싸게 받을께요~걱정마세요.”
또 손님을 태우겠다는 뜻인 것 같아 오른쪽에 빈 자리를 남겨두기 위해서 기사 아저씨 뒷자리로 갔다. 택시 미터기는 꺼져 있었다.
폰으로 딸래미를 찍은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귀에 이어폰을 꽂으려 할 때쯤 다른 손님 하나를 더 태웠다.
그렇게 남자 4명이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앞 손님에게 음악을 같이 듣자고 했고 그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이 준 전화기를 택시에 연결해서 음악을 틀었다.
뭔지 알 수도 없는 랩이 막 나오고 시끄럽기만 했고, 난 계속 딸래미 동영상을 보고 있었고 제일 마지막에 탑승한 내 오른쪽에 앉아 있는 손님은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듯 했다.
기사 아저씨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보겠다며 자신의 전화기를 택시에 연결했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가 흘러나왔고 옛날 생각이 난 나는 어느샌가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옆자리 손님도 눈을 뜨고 조용히 같이 따라 부르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도 내 옆자리 손님도 따라 부르고 나도 흥얼거리고……
어느새 볼륨은 더 높아지고, 택시는 빗속을 더욱 과속하고…….
ㅋㅋㅋㅋ 분위기가 무르익어 기사 아저씨가 자신이 이 음악이 처음 나올 때 어디에 있었다며 옛날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나도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뭘 했고 어디에 있었다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제일 마지막에 탑승한 내 옆자리 손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세분은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에 택시에 탔고 수다를 떠니까 서로 아는 사람인줄 알았나보다.
모르는 사람이고 오늘 처음 택시 타서 알게 되었다고 했더니 막 웃더니 대화에 동참했다.
나는 앞자리 손님에게 몇년 생인지 물었고 그렇게 한명씩 나이를 물어보며 수다를 떨었고…..클럽같은 분위기의 택시는 비오는 강변 북로를 신나게 달리고…..

그렇게 10분쯤 지났다.
내 옆자리 손님의 목적지에 다 와 내리기 전 요금을 내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무 기분 좋게 왔고 내가 제일 연장자이고 그래서 요금을 좀 더 낼테니 이 두 손님들 잘 모셔다 드려주세요~”
그러면서 1.5만원만 내면 되는 거리를 3만원을 내고 내리셨다.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 손님의 뒷모습이 어찌다 멋있던지…. 기사 아저씨와 우리는 그 손님 칭찬을 늘어지게 했다.
사람이 참~ 됐다. 돈 쓸 줄을 안다. 크게 될 사람이다 등등.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원래 여기 오면서 세분 태우고 4만원 받으려고 했는데 먼저 내리신 분이 3만원을 내셨으니 두분은 5천원씩만 주세요~”
택시 안은 환호와 기쁨에 가득찼다. 2만원을 줘야 오는 거리를 이렇게 기분 좋게 오천원만 주고 오다니…. ㅋㅋㅋ
다음 목적지인 우리 집에 다 와가 요금을 내기 위해서 지갑을 여는데, 만원짜리 뿐이다. ㅠㅠ
왠지 이런 분위기에 5천원 거슬러 받기가… 참……
그래서 그냥 기분좋게 만원 내면서,
“제가 만원 낼께요. 앞에 학생 집까지 그냥 태워 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돈을 받으면서 택시 생활 몇년 만에 이런 손님들 처음이라 하면서 박징대소를 한다. ㅎㅎㅎ
앞에 대학생 손님도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아파트 앞에 내려서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