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

발레리나

어머니께서 그리신 발레리나 그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강남성모병원 뇌신경외과 중환자실 앞
아내와 나는 중환자실의 면회 대기실에서 후배가 오기만 기다렸다.
가족 만큼 가까운 후배의 아내가, 그래서 가족 만큼 가까운 그녀가 10시간이 넘는 뇌 수술을 했다.

 

면회 시간은 20분, 2명만 들어갈 수 있다.
아내는 면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나와 후배만 들어가기로 했다.
환자 보호용 장갑과 앞치마를 하고 후배를 따라서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가자 묘한 긴장 속에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10여명의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 20여명이 있었으나 아주 조용했다.
침대들 사이에 칸막이 커튼이 하나도 없고 심장 박동기의 삐,삐하는 소리만 들리는 병실의 중간 자리 쯤으로 갔다.
얼굴은 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 있었고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나를 보자 반갑다는 인사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수술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목소리를 낼 힘이 없어보였다.
채율이 낳은 날, 한달음에 달려와 자신의 경사처럼 기쁘게 축하해주던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평소 활기차던 표정과 몸짓, 맑은 하이톤의 음성은 찾아볼 수 없이 침대에 힘 없이 누워있었다.
어려운 수술 끝에 회복 중인 그녀는 내가 평소에 보아왔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무슨 말이든 해서 분위기 전환을 해야했다.

 

“우리 참 다양한 장면에서 만나네요. 아하하하하하”

 

엉뚱한 말로 흐르는 눈물을 멈춰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도 울고 후배도 울고 그녀도 울고…..
나는 환자 보호용 비닐 장갑을 낀 채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수술이 잘 되어서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전염성 병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병 옮을 수 있어요. 손 잡지 마세요” 라고 겨우 겨우 목소리를 내어 말을 했다.
눈물이 또 쏟아졌다.

 

회복 해야 할 환자 앞에서 우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 싫어서 면회 시간이 다 되기도 전에 나는 다급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중환자실 밖으로 나왔다.
면회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던 아내를 보니 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또 한참을 울었다.

 

 

언제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냐는 듯이
발레리나 처럼 활기차게 일어나
두 가족이 모여
그녀가 좋아하는 김치와 소주를
거하게 먹는 날이 빨리 오길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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