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만에 15년지기 동생 놈과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이 놈을 만나면 항상 내 자신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 소소한 내 일상에서 부터 이야기하기 힘든 큰 상처가 되었던 일들까지 모두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놈을 만나면 형 다움, 자존심, 고집, 가식 따위는 필요없다.

농담삼아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하는 놈이지만, 사실은 내가 그 놈과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위로가 된다.
내가 위기에 빠지더라도 주저없이 나와 같이 위기에 빠져줄 수 있는 그 놈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같이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기분 좋은 웃음이 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큰 힘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몇 안되는 인간이다.

어쩌면 아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좋은 사람인가?
느끼게 만드는 이 놈이 어쩌면 정말 무서운 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5월 9일 새벽-

내년에는…..

어제 밤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2010년도에 내가 열심히 한거라곤…..
술 먹은 것 밖에 없었다;;;;;;
참으로 다양한 술을 많이도 먹었었지;;;;

하지만 뿌듯함 보다는 늘어진 뱃살과 커진 코, 검붉은 얼굴, 다크서클…
년초에 와이프와 협의했던 주니어 플랜은 온데간데 없고, 피곤에 찌든 34년 묵은 몸둥아리, 빈 통장.

내가 자랑할 것이라곤 오직 다양하고 많은 술 드신 거;;;;;

내년에는 진짜 금주다.ㅠㅠ
(계획한 것 모두 달성할 때까지. ㅋ)

버리는 중

24살 때.
명석이랑 간 합정동 황소곱창에서 처음 소주 맛을 알았다.
그때는 명석이가 양화대교 북단 합정 4거리에 살았는데, 바로 그앞에 황소곱창이 있었다.
둘다 저녁도 안먹고 빈속으로 가서, 모듬 곱창과 참이슬을 먹었다. 빈속에 곱창이니 맛있을 수 밖에……. ㅋㅋ
명석이가 사서 그런지 그전까지 쓰던 소주가 그날은 얼마나 달던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선배, 후배들과 어울리느라 금요일밤과 토요일밤은 어김없이 술을 먹었고, 20대 후반이 되고 부터는 술 그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친구 & 선배 & 후배 모임, 회사 모임, 회식, 동아리 술자리. 그리고 이런 자리가 없으면 엄마랑 집에서 둘이 한잔. 고정 멤버 둘이 좀 적적하다 싶으면 사촌동생들 불러서 한잔. 지금은 지방에 가 있지만 동생이 집에 같이 살때는 어김없이 동생과도 한잔 했다.
20대 중반 훨씬 전부터 술을 많이 먹긴 했지만, 황소곱창에서 술 맛을 알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술을 빼면 한 1/3 의 이야기 꺼리가 빠질지도 모르겠다.
또, 술을 5개씩(소주,맥주,양주,막걸리,고량주) 썩어먹어도 이상하게 다음날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은 해골 구조를 타고 났으며, 남들처럼 속이 쓰리거나 하는 현상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부담없이 술을 즐기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금,토는 거의 폭음. 주중에는 그냥 과음. –;
담배를 끊고 보상 심리로 술을 더 많이 먹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김혜나 대리라는 분이 나한테 그랬었다.
“기완! 담배 끊더니 술에 완전 몰빵 하는 구만!!!”

또, 폭주한 날 이후에는 집에서 좀 쉬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주말이라는 시간을 집에서 뒹굴기가 아까워,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나돌아 다니기 일 수 였다.
영화, 쇼핑은 기본이고 심지어 에버랜드까지 갔다올 때도 있었다. 요전에 갔던 에버랜드도 술이 덜깬 상태에서 갔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_-a
완전 고주망태 술탁구!

나보다 술을 더 즐기는 평생 술탁구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웃으시겠지만.
8년 간을 이렇게 생활하니 드디어 내 장기 중에 하나가 고장이 났다.
정확하게 저번주 월요일, 그르니까 2007년 6월 11일. 약 2주간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중간에 큰 고비가 몇번 있었다. 저번주 래훈 생일, 오늘 우리 파트 한우 회식 등….
왠만한 소소한 술 모임이나 회식은 가지 않고 바로 집에 와서.. 병원 갔다가 운동 가고…
이 생활을 2주를 반복하니, 회사 사람들이 이런다.

“야! 얼굴 칼라가 보통 사람으로 돌아온다!!!”
또는
“벤츠 타는 사람 같애~~~”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팀에 박형이 그런 소리를 했는데, 벤츠 타는 사람이라는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명차니 좋다~ ㅋㅋㅋ
암튼 얼굴 빛도 점차 돌아오고, 몸도 확실히 가볍다.
눈빛도 맑아졌고, 머리에 윤기도 난단다. – -;
예전에는 술 자리 때문에 규칙적으로 못하던 운동을 2주 정도 매일 가니, 그 사이에 1kg 이 빠졌다. – -;

고장난 내 안에 부품을 고치고 난 후에도 조금씩 줄여볼까 생각 중이다.

2005년, 똥배를 넣기 위해 먹는 즐거움을 버렸고
2006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기 마시는 즐거움을 버렸고
2007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즐거움을 버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