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역할

오늘 병원가는 날이라, 5시 땡! 하고 연구소 회전문을 열고 나왔다.
진찰이 끝나도 7시가 안넘을 것 같아, 머리 좀 자를려고 7시 30분에 미용실 예약을 해두었다.
동네 롯데백화점에 있는 미용실인데 2년째 같은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다보니… 그 다자이너가 나보다 내 머리결과 두피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
진찰 받고 미용실에 가서 조금 대기하고 있다가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
디자이너에게….. 여름이니까 시원하게 짧게 잘라달라는 주문을 한 다음, 이것저것 가쉽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 진다.
고개를 들고 내 뒤를 보니.

키가 190 정도 되는 기골이 장대한 여자분이 서 있다!!!

복장을 보니 디자이너 보조 같아 보였다.
보통 디자이너 보조들은 작고 아담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크신 분은 처음이다.
아니, 31년 동안 미용실에서 이렇게 등빨 좋으신 분 처음 봤다~
속으로 ‘인력난이 드디어 미용 업계쪽으로도….’ 생각했다.

그녀는 굵은 목소리로 나에게 “고객님 샴푸하겠습니다.” 한다.
나는 그녀의 뒤를 졸~졸~졸~ 따라서 샴푸실로 간다.
샴푸 의자에 눕는다.
그녀가 내 머리에 물을 적신다.
샴푸를 짜더니 내 머리에 데고 사정없이 비빈다.
정수리 부터 꾹!꾹! 누른다.
좌뇌와 우뇌도 꾹!꾹! 누른다.
머리 전체를 한손으로 감싸쥐고 쥐락펴락 한다.
목 뒷덜미도 쫙~~~~ 쫙~~~~ 당겨준다.

아~~~~ 정말 너무 시원하다!
이렇게 시원한 샴푸는 처음이다!!!

예전에는 샴푸할때 시원하니까 한번만 더 해달라고 요청할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만은 그럴 필요가 없다.

너무 만족한다!!!!!!!

샴푸가 끝나고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왼손으로 내 머리 전체를 감싸쥐고 오른손에 든 타월로 뒷통수를 사정없이 문지른다.
내 머리가 3살 짜리 머리처럼 좌우로 왔다갔다 한다.
손을 바꿔쥐더니 앞통수를 사정없이 문지른다.
앗! 그녀가 힘조절을 잘못한 듯 하다.
앞통수를 너무 눌렀는지 눈알이 튀어나올려고 한다!!!

그래도 시원하다!!!!!

31년 동안 내 머리에 이런 신선한 충격은 정말 처음이다!!!

“고객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하면 따라오라고 한다.
졸~졸~졸~ 따라서 거울앞 의자에 앉았다.

드라이기로 내 머리를 말린다.
그녀가 든 드라이기가 애들 장난감 같아 보인다.
내 머리 전체를 감싸쥐고도 남을 법한 손으로 머리칼에 물기를 턴다~
거울에 비친 내 머리가 핸드볼 공 같이 작아보인다!!!!

힘있는 손아귀로 내 머리를 꾹!꾹!꾹! 누르면서 드라이를 하니…

너무 시원하다!!!!
평생 이런 드라이 처음이다!!!

그녀는 인력난의 잔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한 역할이 있었다.
이쁜척만 하고 일에는 관심없는 그런 사람들이랑 차원이 달랐다.
천부적인 힘과 신체조건들~

그 미용실 최고의 인재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