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아들과의 대화는 내 삶의 지주가 된다.

아빠~ 우리 이사가면 내 방 넓어?

웅~ 이사가면 채이 방 넓어~ 근데 왜? 방이 넓었으면 좋겠어?

어~ 방이 넓으면 아빠랑 할머니랑 다 같이 잘 수 있잖아~~

생각해보니 나도 어렸을 때 외할머니와 자고 싶어 한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무조건 내 편이었으니까 잠들 때도 같은 편끼리 자고 싶었나보다.

내 아들, 오늘은 할머니도 같이 잘 수 있게 해줘야겠다. 할머니가 그렇게 좋은가보다.

카멜리아 동백이를 보고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였던 것 같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내 고향인 시골마을 가은에서 작은 찻집을 하고 있었다. 내 기억에 동네 사람들은 외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끼리끼리 만날 때 우리 찻집을 자주 오곤 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나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엄마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큰 소리로 어머니와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자기 남편이 여기 자주 왔고 어디 갔는지 말해라. 는 내용이었다. 친구 엄마인 그 아줌마는 아마도 우리 어머니와 자기 남편 간에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확신하는 듯 했다. 그 아저씨는 식육점을 하는 처갓집에 빌붙어서 사는 유명한 동네 한량이자 실업자였다.  
그 아줌마는 손님이 있던 찻집에 들어와 몇 십분 동안 찻집을 다 뒤엎어놓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말 없이 우셨고 외할머니도 방에서 계속 우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충격이 컸는지 그날은 거의 장사를 못하다시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외할머니도 딸이 그런 꼴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니 온전할 수가 없었덨 것 같다.
나중에 사과를 하러 오셨던 것 같지만,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입은 상처는 절대 치유될 수 없을 만큼 컸던 것 같다.

이미 36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엊그제 있었던 일 처럼 그날 소리지르던 어머니의 모습, 그 아줌마가 돌아가고 나서 억울해 하시며 울던 어미니와 외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7살 어린 남자 아이는….. 다시는 자기 집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불안함

이사를 결심하고 잠을 편하게 자본 적이 고작 하루 이틀인 것 같다. 

불안함의 근원은 결국 돈. 

대출 규제 DTI DSR. 

결국 가진 것이 없어서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게 자꾸 나를 불안하게 한다.

후순위 대출, 담보 설정 등으로 어떻게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저금리로 돈을 빌려야 빨리 갚고 그걸 아이들에게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가장이, 아빠가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려서 가족들이 불행해지지는 않을까에 대한 걱정.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싶지만 변수가 자꾸 나온다. 

내년 4월6일 잔금은 2019년 원천징수로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내 소득은 올랐는데 와이프가 육아휴직이라 소득이 너무 낮게 잡힌다. 

어쩌면 주택담보대출이 DSR 규제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금리가 비싼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언제 대출을 갚고 언제 아이들에게 투자를 하나…..절망적이다.

이사를 결심할 때, 대출을 알아볼 때, 계약을 할 때, 나름대로 알아본다고 여러 금융회사 대출 담당자들과 통화도 하고 메모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또 나왔다. 한 가족의 운명을 책임질 가장이 이런 것도 생각을 못하고 의사결정을 했나…. 자괴감이 들었다. 

 

4월6일 잔금은 2019년 원천징수라니….. 부부합산 소득이 이천만원 이상이 줄어든다. 

 

불안에서 금융회사 대출 담당자들과 모두 통화를 했다.  대부분 가능할꺼라고 너무 걱정말라고 했지만 확실히 하고 싶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으로 DTI, DSR 심사를 해봐달라고 심사 서류에 싸인을 하고 신분증 사본을 보냈다. 

심사 자료를 보낸지 한참이 되었는데 연락이 없다.

뭐가 잘 안되나?

대출이 불가능한가? 

 

십여분 뒤 연락이 왔다.

DTI, DSR 모두 문제가 없다는 답변.

휴….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이프와 내 새끼들 웃는 얼굴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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