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
날씨가 포근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절경도 아니었다.
우리끼리 이렇게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낸다는게 그냥 행복했다.
– 419 카페거리에 있는 어느 루프탑 식당 –
음식이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
날씨가 포근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절경도 아니었다.
우리끼리 이렇게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낸다는게 그냥 행복했다.
– 419 카페거리에 있는 어느 루프탑 식당 –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보내기 전에 검은 마스크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래도 07조8383을 보낼 때 채율이 처럼 통곡을 히지는
않더라. 님자다. ㅋㅋ
정을 부쳐보라고 새 차 앞에 서 보라고 내가 권했다.
아들은 새 차를 돼지 코라고 부를꺼라 했다.
우리 돼지 코 타고 대한민국을 누벼보자. 아들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즉흥적으로 찍은 5천원짜리 사진 한장이 우리 가족들의 기억을, 그리고 내 삶을 아주 풍부하게 만들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2024/05/13/627HW4D2LFEXTE5OCQURTTG6VI/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한 살인 사건에 관한 기사를 봤다.
2017년 9월
나 혼자 7살, 4살인 채율이와 채이를 데리고 갔던 코타키나발루 여행이 생각났다.
자정이 다 되어서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택시를 잡는데 어찌나 안잡히던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공항 앞에는 택시도 별로 없었고, 서 있는 택시를 타면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말레이시아에서만 사용하는 택시 콜 앱을 이용해서 이 택시 저 택시를 불렀다.
리조트가 공항에서 1시간 이상 먼거리에 있고 오지에 있어 콜이 확정되고 걸려오는 택시 기사는 하나 같이 추가 요금을 원했다.
추가 요금을 원하지 않는 택시 기사를 만나기 위해서 잡힌 콜을 몇번이나 캔슬했다.
추가 요금을 원하지 않는 택시 하나를 겨우 잡아서 리조트 까지 가기 위에 택시에 탔다. 내가 앞자리 조수석, 아이들은 뒷자리.
택시 기사도 자녀가 두명이 있고, 그것 때문에 야간에 택시 운전을 한다고 했다. 둘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불빛이 없는 도로를 지나거나 비포장 도로에 들어설 때면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의심이 들어 구글 맵을 계속 켜보았었다.
리조트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고 밤은 깊었다.
리조트에 도착하니 채율이와 채이는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8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는 날.
또 택시를 불러 리조트에서 시내까지 타고 갔다. 리조트가 워낙 오지에 있어서 시내까지 가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니 가는 중간에 채이가 쉬야가 마렵다고 했다.
택시 기사한테 부탁해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채이와 채율이를 모두 내리게 하고 지갑과 여권이 있는 내 가방도 가지고 내렸다.
혹시 택시 안에 남아 있는 채율이만 태우고 가버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때 아이들과 내가 보냈던 시간은 너무너무 행복했고 다시 없을 좋은 추억이지만, 동남아 살인 사건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아찔하다.
동남아에서 그나마 치안이 좋은 코타키나발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동남아 이고, 우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그냥 없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 때.
초4 채이.
채이; 아빠 나 공부 잘해서 서울대 가면 닌텐도 얼마나 시켜줄 수 있어?
아빠: 너 서울대가면 니 전용 닌텐도 하나 사서 방에 넣어줄께. 게임 시간은 무제한!
채이: 오~~~~ 진짜??? 진짜??
잠시 뒤,
채이: 아빠. 그럼 나 공부 더 잘해서 의대가면?
아빠: 그럼 니 전용 닌텐도에 하고 싶은 게임 타이틀 무제한으로 사주고 니 전용 티비 사서 무제한 볼 수 있고 니가 좋아하는 과자도 매일 밤 넣어 준다! 밤새 게임해도 그만하라는 소리 안한다!
채이: 오~~~~~~~ 대박!!!! 그럼 나 의대갈래!!!!
오바이트로 의미없는 근로자의 날을 보내고 난 후 채움이를 안고 ‘나는요 나는요’ 퀴즈 게임을 하다가 슬슬 잠이 들려고 하는데, 채움이가 라인 프렌즈 동화를 틀어달라고 했다.
동화를 틀어주고 또 슬슬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 앞에 번쩍! 번쩍!
코 곤다고 발로 지 아빠 얼굴을 사정 없이 차더라.
코 골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또 잠이 들려고 하는데… 또 눈 앞이 번쩍! 번쩍!
4번 정도 이걸 반복하고 나니 화가 나서
“왜 아빠를 자꾸 때려!!” “그만 해!”
그랬더니 서러운지 엄청 울더라. ㅋㅋㅋㅋ
막내 딸이 서러워서 우는데, 아빠는 전날 과음으로 너무 피곤했는지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ㅋㅋㅋ
휴일을 가족을 위해 쓰지 않은 아빠를 향한 막내 딸의 발차기 선물이 일깨워준 생각.
다시는 과음으로 다음 날을 망치지 않으리….
첫째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잘해주고
막내는 어려서 잘해주고
항상 혼나고 잔소리 듣는 사람은 둘째
순수하고 착한 우리 아들이 혼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장난 꾸러기라는 이유로 맨날 혼난다.
혼나도 금방 풀어지고 또 혼나고 혼나고.
어쩌면 어머니가 채이를 감싸는 것도 다 내 탓일 확률이 큰 것 같다.
어제 저녁에도 역시 많이 혼나고 시무룩하게 있다가 채움이랑 아빠랑 노는게 재미나 보였는지 슬그머니 아빠 옆으로 오더니 자기도 간지럽혀 달라고 한다. ㅠㅠ
새벽에 출근하기 전에 채이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덮어주고 볼에 뽀뽀를 하고 나오면서 다짐했다.
앞으로 둘째에게 신경을 좀 더 써야겠다.
따지고 보면 채이가 혼날 일을 그렇게 많지 않다.
사랑하는 애 아들, 내 분신.
2024년 4월17일
20년 동안 쌓아왔던 블로그 데이터를 모두 날려먹었다.
어머니와 태훈이와 보냈던 일상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릴 때 천사 같던 모습들
와이프와 막 사랑하기 시작하던 순간들
그리고 27살 부터 지금까지 가족들 덕분에 울고 웃고 행복했던 나
모든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