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하기 컨셉으로 와이프를 처음 만난 여자로 생각하기로 상호 간 합의했다.
침대에 누워서 대화하다가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더니
아니 처음 만난 여자한테 왜 그렇게 말하냐며 뭐라하더니 바로 잠들어서 코를 드르르르렁 고네. 🤔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처음 만남 여자가 저렇게 코 골면 인연 끊자는거 아닌가.
내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하나개 해수욕장인데.
결국 철수할 때 내가 화를 내는 바람에 모두 행복하지 않다. 특히 흰색티쳐츠 입은 사람.
아이들과 아내에게 좋은 구경, 좋은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면서 왜 나는 화를 내고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던 출발 시간에서 조금 지연되면 날카로워지고, 여행하는 내내 생각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또 날카로워지고.
여행을 갔다 집에 돌아오는 것이 결과라면 차를 타고 가고 밥을 먹고 아이들과 놀고 잠을 자는 것은 과정이다.
여행이라는 결과값보다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
일은 결과가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시간은 과정이 전부인데 그걸 이제야 느끼다니.
이제 육갑은 그만떨고 아빠다운 아빠가 되자.
다른 가족들과 같이 가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일정, 식당 등등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우리 애들, 내 아내에게는 신경을 못쓰는 기현상을 계속 경험을 했더니…
우리 가족들만 갔던 여행들이 정말 소중하고 기억도 제일 많이 난다.
예를 들어, 선선했던 가을 오후에 포천을 갔는데 아이들이 배 고프다고 해서 그냥 들어갔던 식당.
반찬들이 너무 정갈하고 맛있었고,
버섯이 잔득 올라간 두부 전골도 의외로 너무 맛있었고 아이들도 너무 잘 먹어줬고,
옆 테이블에는 노부부가 사이 좋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식당 앞마당에는 장독 항아리가 그늘에 핀 이끼 위에 고즈넉하게 놓여 있었고,
그 항아리와 이끼를 보고 채이와 채움이가 신기하다가 달려가서 구경을 했고,
그 사이 채율이와 아내는 화장실을 갔고,
나는 그때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고,
햇볕은 강한 오후였지만 그날은 선선한 그런 가을 날씨.
이런 아이들의 소소한 행동과 내 감정, 그때의 온도 습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난다.
이런 여행을 많이 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5월27일 월요일 오후.
물고기 사달라고 조르던 채이를 위해 가족들 다 같이 가서 어항을 사고, 그 안에 새우와 구피를 넣었다.
물잡이 하는 동안 구피의 꼬리가 갈리지더니 결국 어항 구석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나는 채이와 함께 죽은 구피를 변기에 버렸다.
채이는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를 갔다.
울던 채이 모습이 계속 떠 올라 나도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지만, 그때에 채이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기분이 급락한다.
채이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한다.
채움이가 고양이를 사달라고 한다.
뭐든 사줄 수 있지만,
사육의 힘듬도 감당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먼저 죽었을 때
아이들이 슬퍼할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절대 사줄 수가 없다.
– 2024년 5월 22일 목요일, 채움이가 쓴 종이를 보고 출근한 아침 –
문제 하나가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문제가 생기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그 동안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열성적했고 뻘짓 안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어설프게 살면 어설픈 인간이 되는거고, 방만하게 살면 결국 수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자멸한다.
음식이 특별히 맛있지도 않았다.
날씨가 포근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절경도 아니었다.
우리끼리 이렇게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낸다는게 그냥 행복했다.
– 419 카페거리에 있는 어느 루프탑 식당 –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보내기 전에 검은 마스크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래도 07조8383을 보낼 때 채율이 처럼 통곡을 히지는
않더라. 님자다. ㅋㅋ
정을 부쳐보라고 새 차 앞에 서 보라고 내가 권했다.
아들은 새 차를 돼지 코라고 부를꺼라 했다.
우리 돼지 코 타고 대한민국을 누벼보자.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