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와 내 아들

초등학생 손자를 데리고 붕어빵을 사 먹이든 90 할머니. 손자 친구에게 우리 손자랑 잘 지내라고 집에 놀러오라고 하는 목소리에 애절함도 있고 늙음도 있다.

이가 없는지 발음도 잘 안되는 할머니가 몇 번을 손자 친구에게 힘내어서 말을 걸었다.

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어머니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

항상 기력이 넘치는 우리 어머니도 언젠간 저런 모습이 될텐데….

또 다른 나

오늘도 아빠랑 자면 어몽어스 게임 내일 해줄께.

매번 이렇게 꼬셔서 아들과 같이 잔다.

혼자 침대에 누우면 술에 취하지 않는 이상 자정이고 새벽이고 쉽게 짐들지 못하지만, 내 옆에 채이가 있으면 5분도 안되서 잠이 든다.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이들이 아무도 안자고 있었다.

아들은 할머니 방에서 누나와 동생과 자려고 했던 것 같다.

아빠 샤워하는 동안 화장실 문 열어 놓을테니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자면 내일 어몽어스 두판 해줄께.

아빠 샤워 빨리하고 같이 자자고 하는 아들은 아빠가 샤워하는 5분을 못버티고 잠이 들었다.

아빠 없는 나는 1학년 때 누구와 잠을 잤을까.

잠들기 전에 같이 게임을 하고

불끄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잠들기 전에 볼에 수십번 뽀뽀를 하고

배탈나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고

아들 사랑해, 아들 사랑해, 아들 사랑해 를 주문을 외우듯이 귀에 속삭여 주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매일 밤 또 다른 나에게 충분히 그렇게 해주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잘 이겨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이제 정확히 4개월 되었다.

많이 힘들고 지치고 긴장된다. 일을 생각하면…

 

그런데 그 생각을 더 비집고 들어가서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새로운 일을 잘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든든한 동생있다. 

 

10년 후에 비참한 가장 밑에 불쌍한 가족을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 어떻게든 잘 이겨내야 한다.

형 노릇 할려면 어떻게든 잘 이겨내야 한다.

시골가서 살래?

동생은 나에게 ‘형, 우리 다 정리하고 시골 가서 살래?’ 라고 했다.

사업이 언제 자리를 잡을지, 언제 좀 마음 편하게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동생이나 나나 많이 힘들기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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