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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인생

와이프가 이야기 해준 권태기를 맞이한 부부들.

상대방은 바뀐게 없는데 내 생각이 바뀌어서 상대방의 행동이 모두 싫어 보이고 미워 보이고….

그게 아니라,

결혼 상대로 그 사람을 선택했던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못남을 증명하는 도구가 권태기가 아닐지.

 

 

 

나는 결혼 전에는 정말 못난 인생을 살았지만 결혼 후에는 단 한번도 못나지 않았다. 

와이프로 인해…

 

내 아들

만취해서 거실에서 혼자 잠든 아빠를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갈지도 모른다고 현관 문을 확인하고 자기가 자는 방문을 열어놓고 자는 내 아들.

내 아들.

내가 가진 것들

새벽 5시 조금 넘어 집에서 나왔다.

오후 3시에 퇴근하기 위해 

5시 50분에 회사에 도착하여

불꽃 터지는 타이핑 질을 하고 있는데

애 셋인 또 다른 아빠가 출근하며 지나가다 나에게 인사를 했다.

형님 일찍 오셨네요~ 애 찾으러 가야해서 일찍 오시나봐요?

 

그 질물을 받고 나는 봇물 터진 듯 애 셋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 친구도 웃픈 얼굴로 맞짱구 치며 애가 둘일 때와 셋일 때는 장르가 달라진다. 

Class가 달라진다.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나누었다.

 

고충을 나누다 보니 어제 저녁에 내 기분이 우러 나왔다.

회사 일은 더럽게 많은데, 집에 와도 할 일이 많고,

와이프는 일 하느라, 애들 키우느라 바빠서 나에게 신경도 안써주고,

개 잡 것 같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나들이도 여행도 못가 가택 구금 중이고,

셋째는 콧물을 줄줄 흘리는 감기에 걸려 있고,

둘째는 수술한 눈이 다시 안좋아지는 것 같고,

첫째는 더럽게 말 안듣고,

나는 그냥 아저씨 몸이 되어 있었고,

이사 가야해서 빚은 잔득 생길 예정이고………

 

내가 만약 총각이었다면에 대한 가정을 해봤다.

퇴근하고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와 커피 한잔을 하며 벽 만한 티비에 영화를 하나 보겠지?

아니면,

세단 좋은거 하나 뽑고 여자 애 하나 꼬셔서 홍대가서 술 한잔 하며 헛소리 털고 있겠지?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다.

 

맛집을 가도 옆 테이블에 애 데리고 온 가족을 보면 부러울 것이고

노모와 집에 둘이 사는게 썰렁할 것이고 

큰 티비 앞에 앉아서 커피 마시며 영화를 봐도 뭔가 공허할 것이고

티비 앞에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는 어머니는 한 숨 푹푹 쉴 것이고

나이 마흔 넷에 금수저도 아닌데 예쁜 여자 애들이 붙을 리 만무하고 

세단 좋은거 하나 뽑아도 태울 사람 없이 세차만 죽어라 하겠지.

 

오지랖은 세계 최강이지만 건강한 어머니

발은 안이쁘지만 다른 건 모두 이쁜 착한 와이프

그리고 그 안에서 태어난 천사 3명

집에 가면 당장 할 일은 많지만 아이들도 금방 자라 조만간 대학간다 군대 간다 하겠지.

 

당장은 몸이 좀 힘들고 정신적으로 압박이 있어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내가 가진 자원에서는 가장 최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새벽 6시 30분.

설레는 시간 맞추기

4시 30분에 찾으러 가면, 왜케 일찍 왔어? 못놀았잖아.

5시 30분에 찾으러 가면, 왜케 늦게 왔어? 내일은 일찍 와.

오늘은 5시에 맞춰서 찾으러 가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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