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rixk


  • 보고 싶다.

    요즘 금요일 재택을 해서 그런지, 주말에 캠핑을 다녀서 그런지 월요일이 되면 주말에 아이들과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캠핑의자를 가지고 낄낄거리면서 아지트 만들고 놀던 채이와 채움이 모습. 캐치볼 하자고 조르던 채이 얼굴. 텐트에서 자리를 조금만 비워도 아빠를 찾던 채움이 목소리. 한순간 한순간 1초의 놓침도 없이 기억하고 싶었던 내 새끼들이 모습. 익숙하디 익숙한 집에…

  • 어머니 시술 때문에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대기실 맞은 편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다. 젊은 부부들이 우르르 들어갔다가 우르르 나왔다. 혼자 온 듯한 젊은 아빠는 중환자실에서 나오더니 내 옆 의자에 앉아 누군가에게 장문에 카톡을 보낸다. 그 아빠의 눈을 보진 않았지만 눈물이 느껴졌고 그 아빠의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깊은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 시술로 대기실에 앉아…

  • 행복한 광경

    어제는 그 동안 못잤던 잠을 11시간 잤다. 갈증으로 잠깐 깨서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가는데 채움이랑 채이랑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서 보드 게임을 하고 있고, 채율이는 음악 틀어놓고 자기 방에 있고, 와이프는 알바 하느라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있고…. 잠깐 본 광경이었지만 너무너무 행복했다.

  • 왜 때문에….

    구글 포토에서 지난 사진을 보는데…. 굳이 어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애들과 그네타면서 놀았던 시간. 동네 분식집에서 애들과 분식 먹던 시간. 와이프와 그냥 동네 산책하던 시간. 모든 시간들, 모든 사진들이 다 기억나고 소중한 시간들인데…. 왜 나는 꼭 여행을 캠핑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

  • 미안해.

    캠핑가서 아빠가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화장실 같이 못가줘서 미안해. 채움아. 모닥불 앞에서 아빠가 좋다고 안았는데 계속 안고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채이야. 토요일 특강이 없어 심심하게 집에 있을 줄 알았으면 캠핑 같이 갈껄. 미안해. 채율아. 운전하다 열 받아서 미친 년한테 쌍욕하고 흥분해서 미안해. 려보 그리고 내 새끼들. 힘들게 캠핑하고 집에 와서 일 좀 해야되는데 날씨 좋다고 저녁…

  • 한 팀

    서툴고 어설펐지만 2박 3일 동안의 첫 캠핑이 끝났다. 잘 놀아준 채움이와 채이, 엄마 아빠 일을 정말 많이 도와준 채율이, 그리고 난관을 같이 극복하고 알아서 척척 많은 일을 해준 전우 아내. 리조트나 호텔에 가는 것 보다 많은 것이 불편했고 더러웠고 번거로웠지만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갔고 우리 가족이 비로소 호흡 잘 맞는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 시그니처 메뉴

    지난 주말에 와이프의 시그니처 메뉴, 만드는 본인은 정말 싫어하는 시그니처 메뉴, 하지만 아이들과 나는 정말 좋은 시그니처 메뉴, 를 못먹었더니 속이 허하고 기력이 없다. 먹고 싶다. 앞다리살 수육과 들기름 막국수. ㅠㅠㅠㅠㅠ

  • 채움이는 좋겠다.

    막내 동생 때문에 제약도 많고, 막내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항상 불만이면서도 이렇게 이뻐하는 모습을 보면, 애 셋 낳기 정말 잘했다 싶다. 학교 가기 전에 자고 있던 동생에게 뽀뽀해주는 K 장녀. 24년 8월 19일, 광복절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 마음의 빚

    3년 전 쯤, 날씨가 매우 더운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대낮에 채율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너무너무 가기 싫어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율이는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채율이 혼자 갔다. 2년 전 쯤, 눈이 내린 후 질퍽한 늦겨울이었던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채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춥고 피곤해서 가기 싫었다. 그래서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이도 정말 가고…

  • 같이 보내는 시간

    아빠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들 낳으면 뭐 해야지 뭐 같이 해야지. 같이 축구도 하고 싶고, 야구 캐치볼도 하고 싶고, 세차도 하고 싶고, 술도 같이 마시고 싶고…… 이제 나도 꿈 꾸던 것들을 하나, 둘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차하러 가는 두어 시간은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싫어, 아이들이 읽어나기 전 아침에 가거나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