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m Kiwan

다른 세상에 있는 친구

마흔이 넘어서 각자의 삶을 살다보니 이제 30년 동안 아무리 가깝게 지냈던 친구라도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 있고 나와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만난지 3년도 안된 회사, 동네 친구인데 같은 울타리 안에서 있어서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사는 것과 참 대조적이었다.

그래도 나 죽으면 열일 제쳐놓고 와서 밤새도록 울어 줄 친구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그 친구들일지도 모른다.

만들어 가는 중

높은 온도와 습도에 온 몸이 끈적거릴 때도 9살 딸래미가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줘야 한다. 오래 오래 안아 달라고 하면 정말 오래 오래 안아줘야 한다.

무거워서 5분 안아주고 내려놨더니 기분이 상했는지 말도 안한다.

땀에 쩔은 찝찝한 몸으로 선풍기 앞에 앉아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아들래미가 지나가면서 옆구리를 치고 갔다. 6살 남자아이는 조심성이 없어 여리저기 부딪히고 다니지만 절대 혼내면 안된다.

아빠는 자기만 미워한다고 기분이 상해서 말도 안한다.

물론, 이런 모든 상황들도 10여분이 지나면 다 해결되고 웃고 떠들게 되지만 내가 6살 때 외할머니와 했던 사소한 대화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것 처럼 아이들의 기억에는 평생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힘든 일이지만,

덥고 짜증나고 피곤하더라도 시원하고 기분좋고 활기찬 것 처럼 해야한다.

해달라는 것은 왠만하면 다 해주고 혼내지 말아야 한다.

지금 아빠는 아이들의 평생 기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 녹아 빠진 스카치 캔디

초등학교 다닐 때, 큰집에 놀러가면 항상 할머니께서는 주머니에서 거의 다 녹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스카치 캔디를 꺼내어 주곤 하셨다.

할머니 체온 때문에 다 녹아버린 스카치 캔디를 먹기 싫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만 얼른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다.

유럽 여행을 갔다온 동료가 사탕을 사와서 돌렸다. 너무 맛있어서 팀원들 먹으라고 책상 위에 둔 사탕 봉지에서 4개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퇴근을 했다.

아이들과 와이프와 어머니를 드리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녹지는 않을까 퇴근길 중간 중간 꺼내서 확인까지 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짜잔 꺼내 보여줬더니 이게 뭐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조심스럽게 사탕 귀퉁이를 살짝 잘라 먹더니 맛 없다고 안먹는다고 했다. 결국 가져온 정성이 안타까웠는지 와이프와 어머니가 다 드셨다.

우리 할머니께서 손자 주려고 꼬깃하게 보관하시던 다 녹아빠진 스카치 캔디.

그걸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셨으면 얼마나 행복 하셨을까?

오늘 따라 다 녹아빠진 할머니의 스카치 캔디가 무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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