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오늘도 아빠랑 자면 어몽어스 게임 내일 해줄께.

매번 이렇게 꼬셔서 아들과 같이 잔다.

혼자 침대에 누우면 술에 취하지 않는 이상 자정이고 새벽이고 쉽게 짐들지 못하지만, 내 옆에 채이가 있으면 5분도 안되서 잠이 든다.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이들이 아무도 안자고 있었다.

아들은 할머니 방에서 누나와 동생과 자려고 했던 것 같다.

아빠 샤워하는 동안 화장실 문 열어 놓을테니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자면 내일 어몽어스 두판 해줄께.

아빠 샤워 빨리하고 같이 자자고 하는 아들은 아빠가 샤워하는 5분을 못버티고 잠이 들었다.

아빠 없는 나는 1학년 때 누구와 잠을 잤을까.

잠들기 전에 같이 게임을 하고

불끄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잠들기 전에 볼에 수십번 뽀뽀를 하고

배탈나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고

아들 사랑해, 아들 사랑해, 아들 사랑해 를 주문을 외우듯이 귀에 속삭여 주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매일 밤 또 다른 나에게 충분히 그렇게 해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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