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겐

금요일 오후, 아이들을 태우고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가는 길.

창동 지하차도를 지나는데 일용직 아저씨 5명이 인도 뒤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햇볕에 시커멓게 타고 주름이 깊게 잡힌 얼굴을 챙그리며 이야기하는 아저씨들 모두 피곤해보였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호대기를 받고 있는 우리 차를 보더니 시선을 멈췄다. 뒷 자리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고 있는 내 아들과도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담배 연기가 차 안으로 들어올 듯 하여 창문을 모두 올리고 그 아저씨들을 봤다.

차 앞 부분도 보고 바퀴 휠도 보고 차 여기저기를 훑어 보고 뒷자리에 탄 아이들도 보고, 암튼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제네시스 GV80으로 바꿀까? 팰리세이드보다 좀 더 고급져 보이는데….

생활이 항상 쪼들리고 대출금은 잔득 남아 있다. 작년 연말정산에 보니 1억 정도 벌었는데….

드레스완 정리 후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업이라는 걸 하기 싫다. 지쳤다. 강제퇴직이 몇년 안남았는데….

항상 나보다 잘 벌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만 보였는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가진 것이 없다 불만이 많았는데….좀 더 나은 아빠가 되어야 되는데 능력 없는 아빠라서 아이들에게 와이프에게 항상 미안했는데….

그래도 내 인생이…

누군가에게 부러운 인생이겠다 싶었다.

– 일요일 아침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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