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똥

아들과 거실에서 자려고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는데 사슴이 아파트 입구에서 채이를 기다리더라. 아마 제주도 공룡랜드에서 우리 아들 보려고 서울까지 온 것 같더라. 같이 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줘도 재미나게 듣던 아들이 갑자기.

“아빠~ 오늘 어린이집에서 2단지 놀이터에 갔는데 고양이 똥 있었다~”

“똥은 더러운데 누가 안치웠을까? 혹시 만졌어?”

“응 아빠~ 한번 만져봤어~”

라고 말하면 웃는 우리 아들. ㅋㅋㅋ

“똥 만지고 손 씻었지??”

“응. 어린이집 와서 손 씻었어~~”

당연히 손은 씻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똥은 더러운거야. 그래서 똥 만지면 병에 걸려~ 무슨 병이냐면??”

라고 말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 나에게 물어본다.

“한번 만지면 병 안걸려??”

“어. 한번은 괜찮아. 그런데 두번 만지면 병에 걸릴지 몰라~~”

다시는 똥을 만지지 말라는 뜻에서 두번 만지면 병에 걸린다고 했더니.

“무슨 병에 걸리는데??”

내가 좀 진지한 듯 대답했다.

“고양이 똥을 만진 손가락 부터 점점 고양이 털이 나서 나중에 얼굴까지 고양이 처럼 되어서 아빠 엄마가 우리 채이를 못알아보고 채이가 아빠 엄마를 불러도 냐옹 냐옹하는 것 처럼 들려서 채이인지도 모를 껄 아마~”

그렇게 말했더니 갑자기.

“으아아앙~~~~ 나 두번 만졌어~~으아아앙~~”

울음을 터트렸다.

“나 고양이 똥 두번 만졌어. 아빠, 나 이제 고양이 되면 어떻게 해~~~으아아아앙”

하면서 폭포수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아! 미안 채이야. 아빠가 잘못 알았어. 세번 만지면 고양이 된다. 두번은 괜찮아~”

“정말 괜찮아. 아빠?”

“응~ 우리 아들 걱정마~ 정말 괜찮아~~ 걱정마~”

어제 저녁,

6살 이후 다시는 고양이 똥을 만지지 않을 우리 아들 그리고 너무나 순수해서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울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서 아른거린다.

사랑해.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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