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내 새끼.

작년 여름, 파충류 체험 전을 갔다.

우리 애들은 파충류 같은거 징그러워서 싫어하는데, 나는 내 휴가를 아이들과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고 싶어 찜통같이 더운 날 아이들을 끌고 용산까지 갔다.

우리 애들은 특히 그런거 만지는 거 싫어하는데,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을 했으니 어떻게든 경험을 하게 하고 싶었다.

싫다고 하는 아이들 설득해서 겨우 줄을 세우고 비단 뱀을 머리 위에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전혀 몰랐는데 한 해가 지나서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빠가 서라고 해서 줄을 서긴 했는데 무섭고 싫었던거였다.

입에 저렇게 바람을 불어넣고 퉁명스러운 표정의 우리 딸. 너무너무 싫었던거였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저랬던 것 같다.

동네 오락실에 게임 기계가 새로 들어와 아이들로

항상 북적이는 그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게 싫었다.

몇 달 후, 아이들에게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 기계에 동전을 쌓아놓고 몇 시간씩 했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싫은 것들에 대해서 강요하지 말아야지.

미안해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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