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영화 “친구”에 보면….
친구에 대한 의미가 잠깐 나온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내 나이 11살 때, 가은이라는 깡촌에서 점촌이라는 조금 발전된 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때 만나 지금까지 가깝게 오래 사귄 친구가 있다.
국민학교 때는 항상 같이 어울려 다니며 좁디 좁은 우리 시골을 이리저리 뒤집고 다녔다.
운동장에서 오징어와 짬뽕도 하고 여자애들 고무질도 끊고…….
중학교 때는 공부한단 핑계로 거의 그 친구집에서 먹고자고 했다. 물론 공부도 조금 하긴 했지만, 여자애들 이야기로 밤을 지샌게 대부분 인것 같다. 중3때 그 친구 집 옥상에서 다른 친구 몇명과 처음 같이 술 먹고 취해보기도 했고 담배도 같이 한번씩 피워봤던 것 같다.
다른 학교 애들과 싸움이 났을때도 그 친구가 와서 같이 싸워주기도 했고, 또 같이 도망다녔던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서로 학교가 달라져 국민학교 때나 중학교 때 처럼 매일 볼 수는 없었지만, 매주 주말에 만나 다른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러다녔었다.
고3때 대학 진학을 위해서 원서를 쓸때도 서로 같은 곳에 지원하고 서로 의논하면서 대학생활에 꿈을 꿨었다.
같은 학교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한달에 몇번은 만나서 술 먹고 수다도 떨고 당구도 치고….
지금 생각해보면……….만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한, 항상 같이 있었던 것 같다.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서로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지면서 차츰 연락이 뜸해졌다. 먹고 살 걱정으로 그 친구는 고향에서 회사를 다녔고, 난 서울에서 회사를 다녔다.
그때부터 인것 같다.
매일 같이 붙어 다녔던 친구가 한달에 한번 전화통화만 하는 친구로 변하기 시작했고,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꼭 말하지 않아도 알았던 친구가 이제는 차 사고가 났는지도 다른 친구에게 듣고 알 정도로 멀어져버린 친구가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렇게 몸도 마음도 멀어진채로, 명절이나 누구 생일이나 누구 결혼식이면 보게 되는 사이로…. 가끔 전화통화는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안부만 묻고 끊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3~4년쯤 전, 어느날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4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전날 은행에서 돈 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어서 가진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며칠 후 부터 점점 후회가 되었다.
40만원도 못빌려줬다는 자죄감에 빠졌다. 아니 그것보단, 11살에 만나서 그때까지 난 그 친구에게 해준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리고 다음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 친구 부탁을 들어줄리라 내 자신에게 몇번 다짐했다.

오늘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20년동안 지내오면서 처음 듣는 목소리 톤. 너무 어둡게 들린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저녁에 형이랑 술 한잔 했어~~”
“근데 목소리가 어둡다.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사는게 힘들어서~~지금까지 뭐했나 싶기도 하고~~”

친구 목소리가 조금씩 떨린다.
이런 모습 처음이다. 20년 동안 한번도 듣지 못했던 목소리 톤과 한번도 듣지 못했던 힘들다는 그 말.
전화 받기 전 TV 에 개그 프로보면서 웃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나도 같이 슬퍼진다.
몇마디 위로의 말을 했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그 친구는 다음 주 모임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문자를 보내서 술한잔 하러 갈까 물었다.
내일 출근하니까 다음에 하자는 말과 함께
“너란놈 친구로 두어서 마음이 부자다. 정말 고맙고 평생 지금같이 좋은 친구로 남자~~”
라는 회신이 왔다.

나는 지금까지 그 친구에게 하나도 해준 것이 없는데……….
20년 전 같이 뛰어놀고 같이 웃고 같이 숨쉬던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나보다.
돈 40만원도 안되는 이 부끄럽고 작은 우정에도 그 친구는 의지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않고 있었나보다.

오늘,
바쁜 일상들 사이에서 잊고 있었던 우정을 찾았고, 사회에서 만난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고 지냈던 친구를 찾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때가 된것 같다.
이제부터 내가 그 친구에게 진짜 親舊가 되어야 겠다.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친구야~

4 Comments

  1. 박실장 · October 17th, 2007

    정말 가깝고도 어려운.. 사이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저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쉴틈없이 돌아가는 바쁜일상에서..

    진짜란 정의를 내릴수 있는 친구가 제 주변에도 있을까???

    그런 친구가 되어줄수 있는 자격이 나 자신에게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2. rixK · October 17th, 2007

    박실장!
    아주 좋은 화답이야~~~~

  3. Han Sanghun · October 18th, 2007

    너도 국딩세대였군… ㅋㅋ

  4. rixK · October 18th, 2007

    국딩때가 좋았는데…ㅋㅋㅋ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