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중

24살 때.
명석이랑 간 합정동 황소곱창에서 처음 소주 맛을 알았다.
그때는 명석이가 양화대교 북단 합정 4거리에 살았는데, 바로 그앞에 황소곱창이 있었다.
둘다 저녁도 안먹고 빈속으로 가서, 모듬 곱창과 참이슬을 먹었다. 빈속에 곱창이니 맛있을 수 밖에……. ㅋㅋ
명석이가 사서 그런지 그전까지 쓰던 소주가 그날은 얼마나 달던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선배, 후배들과 어울리느라 금요일밤과 토요일밤은 어김없이 술을 먹었고, 20대 후반이 되고 부터는 술 그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친구 & 선배 & 후배 모임, 회사 모임, 회식, 동아리 술자리. 그리고 이런 자리가 없으면 엄마랑 집에서 둘이 한잔. 고정 멤버 둘이 좀 적적하다 싶으면 사촌동생들 불러서 한잔. 지금은 지방에 가 있지만 동생이 집에 같이 살때는 어김없이 동생과도 한잔 했다.
20대 중반 훨씬 전부터 술을 많이 먹긴 했지만, 황소곱창에서 술 맛을 알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술을 빼면 한 1/3 의 이야기 꺼리가 빠질지도 모르겠다.
또, 술을 5개씩(소주,맥주,양주,막걸리,고량주) 썩어먹어도 이상하게 다음날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은 해골 구조를 타고 났으며, 남들처럼 속이 쓰리거나 하는 현상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부담없이 술을 즐기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금,토는 거의 폭음. 주중에는 그냥 과음. –;
담배를 끊고 보상 심리로 술을 더 많이 먹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김혜나 대리라는 분이 나한테 그랬었다.
“기완! 담배 끊더니 술에 완전 몰빵 하는 구만!!!”

또, 폭주한 날 이후에는 집에서 좀 쉬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주말이라는 시간을 집에서 뒹굴기가 아까워,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나돌아 다니기 일 수 였다.
영화, 쇼핑은 기본이고 심지어 에버랜드까지 갔다올 때도 있었다. 요전에 갔던 에버랜드도 술이 덜깬 상태에서 갔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_-a
완전 고주망태 술탁구!

나보다 술을 더 즐기는 평생 술탁구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웃으시겠지만.
8년 간을 이렇게 생활하니 드디어 내 장기 중에 하나가 고장이 났다.
정확하게 저번주 월요일, 그르니까 2007년 6월 11일. 약 2주간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중간에 큰 고비가 몇번 있었다. 저번주 래훈 생일, 오늘 우리 파트 한우 회식 등….
왠만한 소소한 술 모임이나 회식은 가지 않고 바로 집에 와서.. 병원 갔다가 운동 가고…
이 생활을 2주를 반복하니, 회사 사람들이 이런다.

“야! 얼굴 칼라가 보통 사람으로 돌아온다!!!”
또는
“벤츠 타는 사람 같애~~~”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팀에 박형이 그런 소리를 했는데, 벤츠 타는 사람이라는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명차니 좋다~ ㅋㅋㅋ
암튼 얼굴 빛도 점차 돌아오고, 몸도 확실히 가볍다.
눈빛도 맑아졌고, 머리에 윤기도 난단다. – -;
예전에는 술 자리 때문에 규칙적으로 못하던 운동을 2주 정도 매일 가니, 그 사이에 1kg 이 빠졌다. – -;

고장난 내 안에 부품을 고치고 난 후에도 조금씩 줄여볼까 생각 중이다.

2005년, 똥배를 넣기 위해 먹는 즐거움을 버렸고
2006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기 마시는 즐거움을 버렸고
2007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즐거움을 버리는 중이다.

2 Comments

  1. 이원희 · August 21st, 2007

    전 담배끊고 콜라에 몰빵해서 이몸매가 됬지요.. ㅠㅠ

  2. rixK · August 21st, 2007

    ㅋㅋ 과장님. 어제 너무 잘 먹고 구경 잘하고 잘 놀았습니다…
    감사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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