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부터 폭설이 온다고 했다.
월요일 자정 무렵에 와이프와 애들을 모두 깨웠다.
점심부터 마신 술이 거의 다 깼다.
이제 여기를 벗어 나야한다.
자는 아이들을 겨우 깨워 체크아웃을 했다.
와이프와 아이들을 로비에 두고 차를 가지러 갔다.
3시쯤부터 눈이 온다고 했었는데….
이미 폭설이 시작되어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경사가 높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었는데 전날 오후에 입구 근처로 차를 내려놓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짐을 싣고 아이들을 태워서 탈출을 시작했다.
생활연수원이 있는 온천 지역이 분지라 그곳을 빠져 나오려면 높은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그곳도 이미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도로에 먼저 갔던 차량의 타이어 자국이 보였다.
눈이 점점 더 쌓이기 시작했지만 다른 차가 간 자국을 보니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다.
서행으로 조심 조심 언덕을 올라갔다.
여기서 탈출을 하려면 이 언덕을 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언덕을 넘지 못하면 여기에 바로 고립이다.
다음 날, 아이들 모두 개학이다.
모두가 긴장을 했다.
7살 막내도 많이 긴장 했는지, 평소에 조잘거리던 예쁜 입도 닫았다.
조심조심 언덕을 겨우 넘었다.
여행 오기 전 주에 올웨더 타이어로 교체하기 너무 잘했다.
중부내륙 문경 즈음에서 또 폭설이 왔다.
완전히 깊은 밤이라 제설 차량도 다니지 않았다.
운전을 몇 십년 했지만 이런 폭설은 처음이다.
그것도 내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태우고 폭설 속에서 위험 천만한 운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침 6시에 집에 도착했다.
차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아파트 차단기가 번호 인식 조차 못하는 상태로….
우리 모두 묘한 전우애가 생겼다.
출근한 아침, 애들과 와이프가 너무 보고 싶다.
- 25년 3월4일 화요일 LG생활연수원을 탈출하고 난 다음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