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그 때.

https://www.chosun.com/national/2024/05/13/627HW4D2LFEXTE5OCQURTTG6VI/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한 살인 사건에 관한 기사를 봤다.

2017년 9월

나 혼자 7살, 4살인 채율이와 채이를 데리고 갔던 코타키나발루 여행이 생각났다.

자정이 다 되어서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택시를 잡는데 어찌나 안잡히던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공항 앞에는 택시도 별로 없었고, 서 있는 택시를 타면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말레이시아에서만 사용하는 택시 콜 앱을 이용해서 이 택시 저 택시를 불렀다.

리조트가 공항에서 1시간 이상 먼거리에 있고 오지에 있어 콜이 확정되고 걸려오는 택시 기사는 하나 같이 추가 요금을 원했다.

추가 요금을 원하지 않는 택시 기사를 만나기 위해서 잡힌 콜을 몇번이나 캔슬했다.

추가 요금을 원하지 않는 택시 하나를 겨우 잡아서 리조트 까지 가기 위에 택시에 탔다. 내가 앞자리 조수석, 아이들은 뒷자리.

택시 기사도 자녀가 두명이 있고, 그것 때문에 야간에 택시 운전을 한다고 했다. 둘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불빛이 없는 도로를 지나거나 비포장 도로에 들어설 때면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의심이 들어 구글 맵을 계속 켜보았었다.

리조트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고 밤은 깊었다.

리조트에 도착하니 채율이와 채이는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8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는 날.

또 택시를 불러 리조트에서 시내까지 타고 갔다. 리조트가 워낙 오지에 있어서 시내까지 가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니 가는 중간에 채이가 쉬야가 마렵다고 했다.

택시 기사한테 부탁해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채이와 채율이를 모두 내리게 하고 지갑과 여권이 있는 내 가방도 가지고 내렸다.

혹시 택시 안에 남아 있는 채율이만 태우고 가버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때 아이들과 내가 보냈던 시간은 너무너무 행복했고 다시 없을 좋은 추억이지만, 동남아 살인 사건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아찔하다.

동남아에서 그나마 치안이 좋은 코타키나발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동남아 이고, 우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그냥 없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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