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에서 지난 사진을 보는데….
굳이 어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애들과 그네타면서 놀았던 시간.
동네 분식집에서 애들과 분식 먹던 시간.
와이프와 그냥 동네 산책하던 시간.
모든 시간들, 모든 사진들이 다 기억나고 소중한 시간들인데….
왜 나는 꼭 여행을 캠핑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
구글 포토에서 지난 사진을 보는데….
굳이 어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애들과 그네타면서 놀았던 시간.
동네 분식집에서 애들과 분식 먹던 시간.
와이프와 그냥 동네 산책하던 시간.
모든 시간들, 모든 사진들이 다 기억나고 소중한 시간들인데….
왜 나는 꼭 여행을 캠핑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
캠핑가서 아빠가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화장실 같이 못가줘서 미안해. 채움아.
모닥불 앞에서 아빠가 좋다고 안았는데 계속 안고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채이야.
토요일 특강이 없어 심심하게 집에 있을 줄 알았으면 캠핑 같이 갈껄. 미안해. 채율아.
운전하다 열 받아서 미친 년한테 쌍욕하고 흥분해서 미안해. 려보 그리고 내 새끼들.
힘들게 캠핑하고 집에 와서 일 좀 해야되는데 날씨 좋다고 저녁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미안해. 려보.
치킨 집에서 음식 흘렸다고 구박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미안한 것이 정말 많았던 2024/9/22 주말.
서툴고 어설펐지만 2박 3일 동안의 첫 캠핑이 끝났다.
잘 놀아준 채움이와 채이, 엄마 아빠 일을 정말 많이 도와준 채율이, 그리고 난관을 같이 극복하고 알아서 척척 많은 일을 해준 전우 아내.
리조트나 호텔에 가는 것 보다 많은 것이 불편했고 더러웠고 번거로웠지만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갔고 우리 가족이 비로소 호흡 잘 맞는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캠핑가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니 그때 그 복합적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이런 이유인 듯 한다.
지난 주말에
와이프의 시그니처 메뉴,
만드는 본인은 정말 싫어하는 시그니처 메뉴,
하지만 아이들과 나는 정말 좋은 시그니처 메뉴,
를 못먹었더니 속이 허하고 기력이 없다.
먹고 싶다.
앞다리살 수육과 들기름 막국수. ㅠㅠㅠㅠㅠ
막내 동생 때문에 제약도 많고,
막내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항상 불만이면서도 이렇게 이뻐하는 모습을 보면,
애 셋 낳기 정말 잘했다 싶다.
학교 가기 전에 자고 있던 동생에게 뽀뽀해주는 K 장녀.
24년 8월 19일, 광복절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3년 전 쯤,
날씨가 매우 더운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대낮에 채율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너무너무 가기 싫어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율이는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채율이 혼자 갔다.
2년 전 쯤,
눈이 내린 후 질퍽한 늦겨울이었던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채이가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춥고 피곤해서 가기 싫었다. 그래서 혼자 가보라고 권했다.
채이도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채이 혼자 갔다.
어제 현진이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자고 졸랐다.
찜통같은 날씨인데도 아이들은 놀이터에 간다고 했다.
큰 애들 사이에 채움이를 포함시켜서 보내려고 했다.
나는 채이에게 동생 잘 보라고 했다.
채이가 그랬다. “어른 한명 같이 가면 안돼? 채움이 내 말 안들어.”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애들 다 그렇게 키우는거지 부모가 맨날 어떻게 따라 다니냐. 라고 하겠지.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사는 내내 채율이와 채이에게 미안했다.
아직 혼자갈 나이가 아니고, 아빠에게 가자고 하는건데,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안가준게 그냥 너무 미안하다.
어제는 아이들이 결국 놀이터를 가지는 않았지만 채움이에게도 마음에 빚을 질 뻔 했다.
아이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되고 결혼해 자녀도 낳고,
그리고
우리 부부가 늙어 죽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마음에 빚을 질 일은 절대 만들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사업이 안좋아져 송도로 이사 간 태훈와
좋은 집을 분양받아 송도로 이사 간 현진와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송도로 집구경 간 나.
아이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가장과
아이들에게 빛을 보여준 가장과
아이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가장.
3개의 격차 많은 가장을 모두 만난 24년 8월 3일 주말.
아빠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들 낳으면 뭐 해야지 뭐 같이 해야지.
같이 축구도 하고 싶고, 야구 캐치볼도 하고 싶고, 세차도 하고 싶고, 술도 같이 마시고 싶고……
이제 나도 꿈 꾸던 것들을 하나, 둘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차하러 가는 두어 시간은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싫어, 아이들이 읽어나기 전 아침에 가거나 항상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갔었는데 이제는 내 새끼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세차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압축기에 물 떠오라는 간단한 심부름부터 고압수 뿌리는걸 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이도 자랐다.
인생 선배들이나 여러 매체를 보면 부모에게는 꼭 아픈 손가락인 자녀가 있다고 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아픈 손가락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그 두번째 손가락이 아파야할 이유도 없고 특별히 상처가 난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 두번째 손가락이 아프다.
우리 막내 딸 너무 귀엽 ㅋㅋㅋ
퇴근하고 집에서 일 하고 있는데 거실에 나와서 거울 앞에 앉아보라고 하더니 머리에 막 빗질을 하면서 가르마를 태우더니….
“이렇게 하면 아빠 쌍남자 돼~”
쌍남자. 너무 웃김 ㅋㅋㅋㅋ
정확히 쌍. 이라고 했음 ㅋㅋㅋㅋ
24년 7/24 목요일 평화로운 저녁날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출근 후 후유증이 크다.
2주 전부터 제주도 4일, 주말을 거쳐 월요일에는 롯데월드를 가고, 또 지난 주말에는 아산 도고를 여행하고….
많이 보고 싶다.
유수풀에서 즐거워하던 채이 얼굴, 개구리를 잡고 아빠에게 자랑하던 채움이 얼굴, 롯데월드에서 신나하던 채율이 얼굴.
이런 얼굴 이런 표정을 다시 보고 싶어 내가 자꾸 여행을 가는 것 같다.
정말 중독성 강한 그 표정들.